한국의 지식문화를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자인 연구 - 전통성이 강조된 고급감 인식의 재고
2020

전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전기졸업전 박사 학위청구전 2020,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시실, 2020년 12월 3일~12월 13일.
프랑스의 역사학자 장 카스타레드(Jean Castarède)는 그의 책 ≪사치와 문명≫에서 “고급에 대한 열망은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이러한 것은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것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언급했다. 인간의 정신적 욕구를 투영하는 고급이라는 개념은 시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가시화되었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고급감’이라는 특성이 서양식 또는 유럽풍의 디자인으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계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한국적 고급감을 주제로 한 디자인을 제안해 왔지만, 표피적으로 전통의 형태나 모양을 모사하는데 그치는 등 그 표현 방법이 제한적이고 주제의 다양성 또한 다소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새로운 접근으로 한국적 고급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해본다. 먼저, 고급감이란 무엇인지, 디자인 역사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문헌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고급감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 현황을 파악하였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급감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조사 및 수집하고, 이를 고급감의 목표 가치인 ➀우수한 품질, ➁사회적 위상, ➂기술과 혁신, ➃전통과 신뢰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그 결과, 국가와 관계있거나 관료적 또는 외교적 목적의 시각물에 한해서만 한국적 고급감이 표현되고 있고, 이를 제외한 다수의 상업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에서는 서양식 네이밍, 브랜드 디자인 및 장식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네 가지 고급감의 목표 가치 중 우수한 품질과 사회적 위상성을 내포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에서 서양식 또는 유럽풍 디자인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전통과 신뢰 카테고리에서는 한국적 고급감이 표현되고 있었으나 기존의 표현방식을 오랜 시간 답습하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시각 양식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자는 한국적 고급감의 부재 및 그 제한적 표현 방식을 주요 문제로 설정하고, 전통성이 강조된 고급감을 동시대적인 시각으로 제시할 필요성에 주목하여 연구를 전개했다.

전통 요소를 표면적으로 차용하는 한계적 접근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에 담긴 내면적 측면을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 미의식의 특성과 그 시각적 표현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개발할 브랜드의 바탕이 될 기본 시각 언어의 틀을 설정했다.

본 연구자는 진정한 한국적 고급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게 고급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보다 내면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시대와 현세대 맞게 고급의 의미를 ‘사치스러운’에서 ‘진정성 있는’, ‘가치 있는’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새롭게 정의한 고급감을 표현할 소재로는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하는 한국의 지식문화를 선택했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학문 연구와 지식의 습득을 통해 자신을 갈고닦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왔으며, 이러한 관성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와 오늘날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배움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한국인의 특징을 디자인에 반영하면 폭넓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한국의 지식문화를 바탕으로 고급감의 목표 가치 중 우수한 품질, 기술과 혁신, 전통과 신뢰를 각각 ‘채움’, ‘비움’, ‘이음’이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발전 시켜 각 카테고리에 맞는 상품 개발을 전개했다. 고급감의 목표 가치 중 사회적 위상은 ‘진정성 있는’, ‘가치 있는’으로 재정의한 고급의 의미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제외했다.

‘채움’은 ‘내면의 채움’이라는 키워드 아래 ‘지식과 지혜로 내면을 채움으로써 얻는 정신적 윤택함’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비움’은 ‘공간의 비움’이라는 키워드 아래 ‘기술의 발달과 통합으로 물질과 공간을 비움으로써 여유를 느낌’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이음’은 ‘시간의 이음’이라는 키워드 아래 ‘전통에서 현대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창조함으로써 전통과 현재를 이음’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구성했다.

본 연구는 이상과 같은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지식문화 내 시각물의 조형 언어뿐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정신적 가치를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개발했다. 또 현시점에서 유의미하게 고급감을 해석하고 한국적 고급감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시각화함으로써 차별화된 문화 정체성이 담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로써 한국적 고급감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향성 및 방법론을 제시한다.